본문 바로가기

기후위기 소식 및 정보

[성명서] 누더기 특별법으로는 영흥화력의정의로운 전환을 준비할 수 없다

[성명서] 누더기 특별법으로는 영흥화력의정의로운 전환을 준비할 수 없다

 

국회는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및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안」본회의 처리를 중단하고,

인천과 영흥 주민의 목소리를 반영해 논의하라

 

 

  • 탈석탄 목표시점과 단계적 폐쇄 로드맵 빠진 채 상임위 통과
  • ‘안보전원발전기’ 조항으로 석탄발전 폐지 지연 가능성 열어둬
  • ‘무탄소발전 등 에너지산업’ 표현으로 SMR 등 위험시설 유치 우려
  • 환경영향평가 간소화 특례는 오염지역 회복보다 개발 편의 우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가 5월 19일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및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법안은 이름과 달리 석탄발전 퇴출의 원칙도, 지역과 노동의 정의로운 전환도 충분히 담지 못한 부실한 법안이다. 
 
 기후위기 인천비상행동은 지난 5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탈석탄 목표와 정의로운 전환 원칙이 빠진 졸속 병합심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영흥화력의 미래를 지역 없이 결정해서는 안 되며, 인천의 목소리가 국회 심사 과정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바로 다음 날, 우리가 우려했던 핵심 쟁점들을 해소하지 않은 채 법안을 상임위에서 통과시켰다. 
 
 이번 법안의 가장 큰 문제는 성격이 다른 법안들을 무리하게 하나로 묶었다는 점이다. 폐지지역 지원법은 발전소 폐지로 영향을 받는 지역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의 문제이고, 정의로운 탈석탄법은 국가가 언제, 어떤 원칙과 절차로 석탄발전을 멈출 것인지, 그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의 문제다. 두 법은 함께 논의되어야 하지만, 하나로 뭉뚱그려 처리되어서는 안 된다. 
 
 그 결과 탈석탄 목표시점은 사라졌다. 법안은 석탄발전을 언제까지 중단할 것인지, 어떤 경로로 단계적으로 폐쇄할 것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 국가는 책임 있는 탈석탄 계획을 세우기보다, 발전소 폐지 이후의 지원만 말하는 위치로 물러났다. 그러나 지역과 노동자가 미래를 준비하려면 폐쇄 시점과 단계적 로드맵이 분명해야 한다. 목표 없는 지원법은 전환을 준비하게 하는 법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뒤로 미루는 법일 뿐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법안이 석탄발전 퇴출을 늦출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이다. 법안은 전력수급과 계통 안정성을 이유로 석탄화력발전기를 ‘안보전원발전기’로 지정하고, 신뢰도 연장운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석탄발전소 폐지지역을 지원하겠다는 법이 오히려 석탄발전의 폐지를 늦추는 통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체산업 조항도 우려스럽다. 법안은 폐지되는 석탄화력발전소의 기반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무탄소발전 등 에너지산업’을 폐지지역 대체산업으로 우선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무탄소발전’은 법적 정의가 불분명한 표현이다. 재생에너지인지, 수소·암모니아 혼소인지, 대형 원전인지, SMR인지 명확하지 않다. 이런 표현은 석탄발전 폐지지역을 또 다른 대형 에너지시설과 위험시설 유치의 통로로 만들 수 있다. 
 
 더욱이 대체산업 추진 과정에서 기존 발전소 부지와 기반시설을 활용한다는 이유로 환경영향평가를 간소화하는 특례까지 열어둔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석탄발전 폐지지역은 오랜 기간 환경 부담을 감당해 온 지역이다. 그런 지역에서 필요한 것은 신속한 개발 특례가 아니라 환경조사, 주민 건강조사, 환경회복 계획이다. 지역 회복의 이름으로 또 다른 부담을 떠넘기는 법은 지원법이 될 수 없다. 
 
 인천에서 이 문제는 매우 현실적이다. 영흥화력발전소는 인천·수도권 유일의 석탄발전소로, 오랫동안 수도권 전력공급을 떠받쳐 왔다. 그러나 그 환경적 부담은 영흥 주민과 노동자, 인천 지역사회가 감당해 왔다. 영흥화력 폐지는 단순히 발전소 하나를 닫는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발전소와 함께 살아온 지역, 그곳에서 일해 온 노동자들, 환경 부담을 감당해 온 주민들의 삶이 함께 걸린 문제다. 석탄발전소의 대기오염과 환경 부담을 견뎌 온 지역에 ‘무탄소’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대형 발전시설이나 위험시설을 밀어 넣는다면, 그것은 정의로운 전환이 아니라 이름만 바뀐 희생의 반복이다. 
 
 국회는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 상임위를 통과했다는 이유로 부족한 법안을 본회의까지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석탄발전 폐지지역 지원은 지역을 설득하기 위한 명분이 아니라, 오랜 부담을 감당해 온 지역의 회복을 책임지는 일이어야 한다. 인천은 또 다른 에너지시설을 위한 빈 공간이 아니다. 인천과 영흥 주민의 목소리, 노동자의 삶, 지역의 환경과 미래가 빠진 특별법은 정의로운 전환의 이름을 가질 수 없다. 국회는 본회의 처리를 중단하고, 탈석탄의 원칙과 지역 회복의 방향을 다시 세워야 한다.
 
2026년 5월 20일 
 
기후위기 인천비상행동